연휴는 천천히 녹아 사라지고 있다.
목요일에는 마음껏 늦잠을 잤다. 집을 정리하고 커피를 내려마셨다. 돌고래 집에 가서 그가 새로 산 초경량 캠핑의자에 앉아 동물의 숲을 했다. 사이좋게 지냈는데 집에 돌아온 후 밤에 통화를 하면서 된통 싸웠다. 싸우다가 내가 잠들어버렸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니 그에게 연락이 무척 많이 와 있었다. 나는 자고 있었다고 사과를 했고 한심했던 어젯밤의 기억을 떠올렸다.
금요일에는 두 개의 당근 거래를 했다. 아침에 아현에 가서 오고스포츠 세트와 원반 하나를 사오고, 이른 오후에 공덕에 가서 무인양품 아로마 디퓨저를 사왔다. 집에 돌아오니 클래스101에서 신청한 펀치니들 키트가 든 큰 상자가 집앞에 도착해 있었다. 펀치니들을 연습했다. 돌고래가 집에 왔다. 화해를 했다. 무무와 모임을 했다. 홈페이지 초안을 만들었다. 모임을 하며 돌고래와 조금의 의견 불일치가 있었다. 무무와 담배를 피우러 나가서 혹시 난감하게 만들었으면 미안하다고 했더니 같이 무언가를 맞춰나가는 과정이니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하였다.
토요일에는 망원역에 가서 코바늘과 실을 사왔다. 그리고 돌고래와 원반을 던지고 공놀이를 하면서 놀다가 무무와 아녜스 바르다의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를 보러 씨네큐브에 갔다. 영화를 보고 빵을 사먹으면서 자본금을 모으는 것과 집세를 내는 것과 회사를 다니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랜만에 길게 얘기를 하니 좋았다. 영화를 보고 돌아와서 유투브 영상들을 보면서 코바늘을 연습했다.
오늘은 오전에 중국식 브런치를 사먹고 코바늘 뜨기를 더 연습했다. 돌고래네 건물의 뒤쪽에 있는 발코니에 캠핑의자를 놓고 앉아서 실을 떴다. 돌고래는 책을 읽었다. 냉침한 청차를 마시고 무인양품에 가서 아로마오일과 유리병과 아카시아나무 쟁반과 유리컵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