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는 천천히 녹아 사라지고 있다.
목요일에는 마음껏 늦잠을 잤다. 집을 정리하고 커피를 내려마셨다. 돌고래 집에 가서 그가 새로 산 초경량 캠핑의자에 앉아 동물의 숲을 했다. 사이좋게 지냈는데 집에 돌아온 후 밤에 통화를 하면서 된통 싸웠다. 싸우다가 내가 잠들어버렸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니 그에게 연락이 무척 많이 와 있었다. 나는 자고 있었다고 사과를 했고 한심했던 어젯밤의 기억을 떠올렸다.
금요일에는 두 개의 당근 거래를 했다. 아침에 아현에 가서 오고스포츠 세트와 원반 하나를 사오고, 이른 오후에 공덕에 가서 무인양품 아로마 디퓨저를 사왔다. 집에 돌아오니 클래스101에서 신청한 펀치니들 키트가 든 큰 상자가 집앞에 도착해 있었다. 펀치니들을 연습했다.
토요일에는 망원역에 가서 코바늘과 실을 사왔다. 그리고 돌고래와 원반을 던지고 공놀이를 하면서 놀다가 무무와 아녜스 바르다의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를 보러 씨네큐브에 갔다. 영화를 보고 빵을 사먹으면서 자본금을 모으는 것과 집세를 내는 것과 회사를 다니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랜만에 길게 얘기를 하니 좋았다.
오늘은 오전에 중국식 브런치를 사먹고 코바늘 뜨기를 더 연습했다. 돌고래네 건물의 뒤쪽에 있는 발코니에 캠핑의자를 놓고 앉아서 실을 떴다. 돌고래는 책을 읽었다. 냉침한 청차를 마시고 무인양품에 가서 아로마오일과 유리병과 아카시아나무 쟁반과 유리컵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