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숲


지난 일요일 동물의 숲 초록바위마을에 입주하였다. 돌고래의 집에 놀고 있던 닌텐도3ds 기계가 있었는데 돌고래가 그것을 내게 선물해주었다. 마침 그날 돌고래가 물을 끓이거나 면을 삶거나 할 때 쓰던 만능 포트가 고장이 나서 대신 그것을 사주기로 하였다.

동물의 숲에서 나는 노란색 지붕의 집에 살고 있다. 집은 딱 한 번 증축했다. 빚은 8만벨 정도 있다. 빚은 천천히 갚아도 된다. 어제는 스트레스로 죽을 것 같아서 퇴근길에 동물의 숲을 켜고 해골이 그려진 펑퍼짐한 티셔츠로 갈아입고 아래에는 파란색 츄리닝 바지를 입었다. 회사의 상사들이 자꾸만 나를 이상한 식으로 곤경에 처하게 했기 때문이다. 하얀 색의 우드블럭이던 집안의 바닥을 까맣고 털이 북슬북슬한 바닥으로 바꾸어버렸다.

오늘도 여전히 너무 피곤한 날이었기 때문에, 숲에 들어가 화사한 옷으로 갈아입고 머리스타일도 바꾸었다. 동물의 숲에서 옷을 사고 머리를 바꾸면 기분이 어느 정도 만족스러워진다.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놓고 춤추고 싶다. 동물의 숲 속에서 말이다. 바깥에서는 그러고 싶지 않다. 숲 바깥에서는 침대 안으로 아주 깊숙이 들어가고 싶다. 침대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아주 부드러운 이불이 나를 감싸고, 그러면서 잠깐동안은 숨이 가빠지지만, 갑자기 어딘가 공간을 불쑥 통과해 지나간 것처럼 새로운 곳으로 접속하게 되어 포근하고 따뜻한 곳에 있게 될 수 있을 거다. 단색으로 이루어진 3차원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원근법에 맞게 멀리 있는 곳의 물체는 비교적 작게 보이지만, 그것이 아주 단순한 방식으로 실현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침대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