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사람들이 요구하는 것들


요즘 모든 것에 대한 열정이 고갈되었다. 왜 이러한 답보 상태를 겪고 있는지 과거의 일기들을 통해 추적해보았다. 그 결과 지난 회사에서 있었던 좋지 않은 일들이 그 원인이었다는 것을 조금 알게 되었다. 그때의 충격은 금세 퇴사에 대한 욕망과 이직에 대한 열망으로 이어졌고 그 덕에 내가 이렇게 8월 한 달을 쉴 수 있었던 것이지만 그때 내가 받았던 커다란 충격이 지금까지 이어져왔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였다. 다음 회사에 가서 또다르게 새로운 일상을 시작하면 이 기억들도 새로운 기억들로 덮어쓸 수 있을 것이다.

하고 싶어 하던 것들을 다 놓은 후 권태감과 심심함에 빠진 내게 무무는 일기를 써달라고 하거나 같이 메일링을 하자고 하는 등 이런저런 제안을 했다. 돌고래 역시 내게 글을 써보라고 강요했다. 내가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자 모르겠는 것에 관한 글을 써보라고 했는데 그건 동어반복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요즘 글을 좀 그만 쓰고 싶다. 글 쓰는 거 너무 피곤하고 따박따박 따지는 것 같아서 싫다. 글을 자꾸 써서 뭘 되새기기보다는 좀더 편안한 상태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도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새롭게 정의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주말 동안 돌고래가 내가 그것을 찾을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었다. 식물이나 동물의 세밀화를 그려보는 것, 코바늘로 실용적이고 미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것을 꾸준히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요즘처럼 권태감에 깊이 빠진 때에 나를 완전히 강하게 끌어당길 것을 찾아야 하는 게 아니라 하던 것을 꾸준히 하며 거기서 작은 성취감을 느끼는 것부터 시작할 일이다. 나는 끈기가 별로 없다. 아빠가 내게 해준 말 중 유일하게 나를 비난하지 않는 객관적인 말이라고 여겼던 것이 나에게 끈기가 조금 부족하다고 한 것이었다. 솔직히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내가 어릴 때 여러 가지를 쉽게 성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커다란 어떤 것을 성취하지 못한 것은 내가 끈기가 부족하기 때문임을 나도 알고 있다.

게으른 몸을 일으켜야 한다. 어제 예전 일기들을 다시 보면서 상담 선생님과 했던 이야기들을 봤다. 선생님은 내가 여러 가지 감정 상태를 거쳐 슬프고 무기력하게 있는 상태에 익숙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왜냐면 내가 슬픈 상태가 익숙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 무거운 상태를 어떻게 들어올려 옮길 수 있을지.




침대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