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일을 나갔다. 오랜만에 일을 하니까 기뻤다. 무엇보다도 잠을 청하지 않아도 그럭저럭 잘 수 있다는 게 행복했다. 뜬 눈으로 불 끈 방에서 다섯 시간 이상을 맨정신에 있어야 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
요즘 돌고래가 진짜 바쁘다. 나도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그에게 일상적인 연락을 많이 하게 되지는 않아서 다행이지만, 종종 전화통화를 할 때도 그가 꽤 긴장해 있는 편이라서 안쓰럽고 아쉽다. 내가 먼저 활기찬 사람으로 거듭나는 일을 과연 할 수 있을까? 끙...
사무실의 50퍼센트 이상이 재택근무를 하다보니까 사무실이 헐렁하게 텅 비어 있고 그런 점에서 정상근무도 정상근무 같지 않은 그런 맛이 있어서 나쁘지 않다. 물론 동료직원들과 거의 시간을 보낼 수 없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그래도 오늘은 세 분과 같이 점심식사를 했다. 어색하고 데면데면했는데 그래도 사람들이랑 그렇게 먹는 게 너무나도 오랜만이라 진짜 기뻤다. 어제 재택근무셨고 오늘 출근한 한 과장님은 알고 보니 내 첫번째 회사의 옆 팀이었던 ㅎ대리님의 남편이자 내가 두 번째 회사로 옮길 때 두 번째 회사에 대해 안 좋은 평가를 ㅎ대리님을 통해서 전달해주신 분이기도 했다.
과학책을 계속한다면 이제 나랑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을 같은 회사에서 만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 같다. 첫 번째 회사는 참 특별한 환경이었다. 그리고 그 분위기에서만의 즐거움이 없지는 않았다는 생각. 매거진B 내는 곳에서 잡스JOBS 시리즈라고 직업 하나를 주제로 잡아서 단행본을 만드는 시리즈를 내고 있는데 그 시리즈에서 다루는 첫 번째 직업이 편집자다. 그 책을 사서 읽으면서 일을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고 있다.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지? 매일매일을 꾸준히 일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다. 경주마처럼 내 옆을 의식하지 않고 경쾌하게 달리고 싶다...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정말 안 하고 싶다. 부디 이곳이 내가 더 잘 일할 수 있게 해주는 곳이었으면 좋겠고 나도 두 다리에 힘을 빡 주고 잘 일어설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