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이 없고 심심할 땐 일기를


심심스런 주말. 휴직기간은 3분의 1정도 지나간 것 같다. 나는 평일에도 주말에도 구분없이 목표없이 살고 있다. 주말에는 나말고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쉬고 있으리라 생각이 들어서 조금 더 마음이 편하다. 하지만 평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는 것 자체는 회사를 다닐 때와 똑같다.

똑같은 것도 많지만 달라진 것도 많다. 우선 내가 얼마든지 일을 그만두고 싶다면 그만둘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는 그냥 계속 회사생활을 하려고 했고 한번도 제대로 된 공백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사실 지금의 공백도 2개월 간의 휴직일 뿐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완전한 공백은 아니다.) 여러 가지 공고들을 보면서 다른 직종의 일을 하고 있는 나를 상상해보기도 하고 그게 그냥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 그냥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비록 돌아갈 날짜를 받아놓고 있는 입장에서 완전히 자유롭게 움직일 수만은 없지만.

친구 ㅅ이 어제 뭐하고 지내냐고 물었다. 그냥 비즈목걸이 만들고 책 읽고 카페 가고 영화 보며 지낸다고... 했다. 얼마전 단기로 만난 자산관리사는 나더러 이렇게 쉴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 5년 동안 오기 힘들 거라고, 흔치 않은 기회라고 했는데 그걸 기회라고 부르는 것도 지금 생각해보면 별로인 것 같고 또 이런 시간은 내가 만들고자 하면 언제든 올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도 든다.

쨌든 그의 충고를 받아들여 돈을 아끼기 위해 가지 않으려던 전주국제영화제를 결국 가기로 했다. 돌님까지 설득해서 함께. 아직 출발하기 전인 지금은 3박4일이 짧게 느껴지지만 거기서 하루종일 영화만 보고 있으면 너무 지겨워질 수도 있겠지. 여튼 이번에는 중도에 그만두지 않고 계획한 날짜대로 머물다 오려고 함.

3박 4일간 볼 수 있는 영화는 의외로 몇 편 되지 않았다는 사실....

5월은 좀더 활동적으로 지내보려 한다. 5월 중순에 대구에 갔다오면 뭐 아마 휴직 기간도 금방 끝나 있겠지만 말이다. 회사에 돌아가 필요한 일들을 마치고 나면 한동안은 휴식을 하며 새로운 일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침대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