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고양이는 오늘 점심으로 소고기 습식 캔을 먹었다. 은줄로 만족스러운 사냥 시간을 가진 후 고양이 식량 창고를 뒤적거리며 무슨 습식 캔을 줄지 고민하였는데 어제까지 총 3일을 먹은 웨루바 키티건와일드 캔은 주문해놓은 것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초기에 대량으로 사놓았던 캐나다프레쉬는 며칠 전에도 줘보았지만 역시 입도 대지 않았다. 지난 주말 킨텍스 캣페스타에서 받아온 수많은 샘플 중에 적당한 습식을 찾았다. 펫프렌드라는 곳의 마이슐랭 캔 비프맛이었다. 검색해보니 기호성이 안 좋기로 유명한 캔이었는데 점보는 잘 먹었다. 점보는 맘에 들지 않아도 새로운 캔을 주면 잘 먹는 편이다. 그치만 어떤 캔에 질리면 다시는 잘 먹지 않는 것 같다. 캐나다프레쉬 치킨 맛이 그 예다.

내가 자주 정보를 얻곤 하는 고양이 카페에서는 습식 캔을 1군, 2군, 3군으로 나누어 분류한다. 1군은 '해로운' 겔화제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최상급의 습식 캔으로 취급되는데, 안타깝게도 고양이들은 이 1군 캔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별 맛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치만 그 카페 사람들은 최대한 1군을 먹이려고 한다. 나도 이 기준을 따라 1군에 속한다는 캐나다프레쉬 캔을 사보았는데, 첫 일주일 동안은 잘 먹었지만 그 이후로 점보가 먹지 않았다. 그 후로 여러 책들과 영상을 찾아보면서 웹상에 떠도는 이 1~3군이 신빙성 있는 기준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되었고 아무리 좋은 사료라도 고양이가 먹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점을 알았다. 앞으로는 맛있는 것, 잘 먹는 것을 사주기로 했다.

요즘 생각보다 분주하다. 추석이 다가오는데 우리가 집을 비우는 동안 지인들이 하루씩 집에 들러 점보를 돌봐주기로 했다. 해서 탁묘 매뉴얼도 작성하고 그들을 만나 밥도 사기로 했다. 추석 연휴 바로 전날까지 인류학 원고 3교를 마감해야 한다. 짝꿍네 집에 보낼 선물도 날짜를 잘 맞춰 주문해야 한다. 짝꿍의 생일이 연휴 중에 있어서 선물도 주문하고 준비해야 한다. 하루하루가 빠르게 지나간다. 어제는 손톱타투를 받았고 그저께는 지저분해진 머리를 잘랐다. 집 주변 맛있는 김밥 집을 찾아 어제랑 오늘 점심은 진미채김밥으로 먹었다.

여름이 끝나면서 쌀쌀하다는 감각이 충격과 함께 찾아왔다. 낮에 반팔과 반바지를 입고 나갔더니 추웠다. 저녁에는 긴팔과 긴바지를 입고 나갔는데도 쌀쌀했다. 불광천은 또다른 수변무대를 만들기 위해 공사를 하고 있었다. 오리들과 왜가리들을 보았다. 고양이가 온 후로 우리는 예전만큼 오리를 주의 깊게 보지 않는다. 왜가리들을 보며 곧 개봉할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에 관해 얘기했다. 그 영화에서는 왜가리heron가 중요하게 등장하는 것 같았다. 영어로 된 예고편을 봤는데 제목이 The Boy and the Heron인가 그랬다. 불광천에서는 오리와 더불어 왜가리와 해오라기(night heron이다)를 자주 볼 수 있다.

지난 주말에는 유재선 감독의 <잠>을 보았다. 뜬금없는 공포영화였지만 마치 우리에게 일어날 일처럼 느껴졌다. 이번 주말에는 <킴스비디오>를 보러 갈 것이다. GV도 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사실 GV를 좋아하지 않는다. 정말 좋아하는 영화라도 GV를 보면 탈출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큐어>를 봤을 때 구로사와 기요시 GV에 참여한 우리는 그가 작고 늙은 악마 같다고 이야기했더랬다...



침대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