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점보를 잡아 동물병원에 데려가는 것으로 주말이 시작되었다. 3차 접종 전날인 금요일부터 긴장을 했더랬다. 근데 토요일 아침 침대에 점보가 올라와 나를 깨물어대며 우리를 깨웠다. 이렇게 친한 척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라 우린 행복하게 잠에서 깨어났다. 이 자식이 자기 병원 가는 날인 줄은 어떻게 알고 이렇게 일찍 깨우냐면서 즐거워했다. 1, 2차 접종 때는 점보를 케이지에 넣을 때 먹이로 유인하는 방식으로 하였다. 이미 한 번 속고 난 후인 2차 접종 때는 30-40분 넘게 케이지에 들어가지 않아 애를 먹었다. 이번에는 점보와 좀더 가까워졌고 잘 다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어 담요로 구석으로 몰아 꽁꽁 싸맨 후 안아 들어 케이지에 넣었다. 점보를 강제로 제압하는 것은 처음이라 떨렸는데, 전날 유튜브를 보면서 공부해둔 것이 많은 도움이 됐고 y와 나의 호흡도 좋았다. 5분 정도 걸려 점보를 케이지에 넣은 것 같다. 담요에 폭 싸인 점보도 꽤나 편안해 보였다.

2차 접종 때는 수의사와 테크니션이 점보를 제대로 잡지 못해 진료실에서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그때 꽤나 고생한 우리는 이번에 케이지를 윗뚜껑이 열리는 것으로 바로 바꿔주었다. 그러자 너무 수월하게 진료가 이루어졌다. 윗뚜껑이 없는 케이지를 사용하면 고양이를 케이지에서 강제로 꺼내야 하는데 거기서부터 여러 어려움이 시작된다. 반면 윗뚜껑이 열리는 케이지에서 고양이는 놀라지도 않고 편안히 앉아 있었다. 담요로 머리를 덮고 주사를 맞히는데도 고양이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처치는 2분도 안 걸려서 끝났다......

집에 돌아와서 아침을 먹고 휴식하였다. 갑자기 비가 많이 내렸다. 점보와 y와 빗소리를 들었다. 원래 y랑 옥상정원에서 열리는 작은 페스티벌에 가서 돗자리를 깔고 앉아 가을 날씨를 즐기려 했는데 비 때문에 일정을 취소하였다. 비가 곧 그쳐 바깥에 나가 타이 푸드를 사먹고 불광천에서 열리고 있는 축제의 부스를 구경하였다. 4년 전쯤 직장동료 y씨에게 받았던 꼬마 콩고가 훌쩍 자라 좁아 터진 화분에서 몇 년째 버티고 있었는데, 무료로 분갈이를 해주는 부스에 데려가 분갈이도 시켜주었다. 담대하게커피워크에 들려 커피 마셨다. 돌아와서 y는 쿨쿨 낮잠을 자고 난 게임을 하며 버텼다. 저녁에는 키라라 공연에 갔다....

오늘(일요일): 구산동 카페에 가서 <나는 있어 고양이>를 읽었다.

갑자기 너무 귀찮아져서 그만 씀.



침대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