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살리기


어제 선풍기 바람을 많이 쐰 보리는 오늘 아침 일어났을 때 하늘을 향해 웅장히 서 있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나와 돌고래는 그가 거의 회복했다고 생각했다. 유칼립투스가 햇빛을 좋아한다기에 나는 아침부터 그를 볕이 쨍쨍한 건물 밖 마당에 내놓았다.

그런데 오후 2시쯤 나가보자 그가 다시 뭔가 축 처져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무엇보다 그의 뿌리가 흔들리는 것을 발견했다. 돌고래와 협의해본 결과 어제 우리가 흙을 뒤집어주느라 보리의 뿌리를 조금 손상시킨 것 같았다. 과습의 징후를 보이는 또다른 가지가 있어 우선 끊어내고, 어제 효과가 좋았던 선풍기 처방을 다시금 강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을 거라는 예감이 강해, 토분을 주문하였다. 보리가 들어앉아도 충분할 만한, 그리고 보리 화분의 습기가 과할 경우 그것을 알아서 공기 중으로 배출해줄 소중한 토분을 말이다.

꿈속에서는 끔찍한 일들이 일어났다. 돌고래에게 커피를 내려주는데 내가 서버도 받치지 않고 베개 위에 물을 부어버리는 꿈, 알고 보니 나에게 할당된 원고가 2개나 더 있었는데 내가 그것을 새까맣게 잊고 있었던 꿈, 아까 커피를 쏟은 베개를 세탁기에 돌리는데 마치 내가 부모님과 같이 살던 어린 시절처럼 부모의 갈등 상황을 엿들으며 무척 가슴 졸이는 꿈.

주말에는 거의 바깥에 나가지 않고 집에 있었다. 새로 주문한 테이블에 돌고래와 함께 앉아 같이 있으면서 무척 긴 각자의 시간들을 보냈다.

시간의 흐름에서 나온 말들의 흐름 시리즈 텀블벅에 참가하여 어제 시리즈 1-3권을 받았다. 1권을 다 읽고 2권을 읽는 중인데, 잡문 같기만 하며 재미가 없었다.




침대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