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씨에게 작은 콩고 화분을 분양받았다. 내일 받기로 했다. 작은 토분에 심겨 있는 귀여운 콩고.. 오늘은 동네에 있는 것도 모른 채 늘 지나치던 꽃집에 들러 역시 토분에 담긴 호야 화분을 데려왔다.
동물의 숲 우체국은 매월 1일 이자를 지급하고 이자율은 0.5%라고 한다(튀어나와요 동물의 숲 기준). 돌고래가 선물한 닌텐도에는 수많은 게임이 깔려 있고 어려운 게임을 싫어하는 나에게 돌고래는 커비 게임을 추천해주었다. 커비는 모든 것들을 빨아들여서 먹어치울 수 있는 귀엽고 통통하고 동그랗게 생긴 핑크색 괴생명체로 빨아들인 것의 능력을 흡수하여 자기 것처럼 사용할 수 있다. 돌고래가 인도해주는 게임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그러고보니 곧 자정이 되면 던전에서 마지막 연재분이 올라온다. 다음주부터 이제 내 글은 던전에 없겠지.
아기를 낳는 것에 대해 요즘 자주 생각하게 되는데 그것은 어느 점심시간 회사 동료인 Y씨가 벨 보그스의 신간 <기다림의 기술>을 언급하며, 가끔 식욕을 느끼는 것처럼 불쑥불쑥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말했을 때부터였다. 그는 원래 아이를 가지고픈 생각이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가지면 힘든 몸 상태를 겪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은 이후로 도리어 그러한 욕망이 든다고 했다. 식욕처럼 자연스러운 욕구로서 재생산의 욕구를 바라볼 수도 있겠구나. 여성인 Y씨를 통해 그런 말을 듣자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욕구가 전혀 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 이후로 나도 종종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니, 다시 생각해보면 임신이나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때면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또래 여성들이 그것에 대해 했던 말들을 늘 떠올렸던 것 같다. 내가 얘기해본 몇몇 사람은 그것에 대해 진지하고 복잡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회사의 다른 동료 K는 완전히 타인인 애인과 자신이 아이를 낳는다면 어떤 아이가 나올지 궁금하고 그것이 가장 아이를 낳고 싶게 만드는 이유라고 말했다.
애인이 뒷마당에 주인이 버려놓은 화분들을 발견했다며 그것들을 노획해서 쓰자고 했다. 그는 버려진 식물을 주워다가 키우는 것에도 관심이 많고 그러한 상상을 자주 하는 것 같고 그러고 싶다는 바람 역시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다음에 함께 아녜스 바르다의 <이삭 줍는 사람들과 나>를 보기로 했다.
그저께와 어제는 악몽을 많이 꿨다. 오늘은 내 방의 식물들이 나무가 되어 있는 곳에서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거니는 꿈을 꾸고 싶다. 그곳에서 내가 아주 여러 형태로 존재하면 좋을 것 같다. 일부는 지금의 모습으로, 일부는 시바견의 모습으로, 일부는 꺾인 유칼립투스 가지의 모습으로 있고 싶다.
내일은 주문한 토분이 도착할 것이다. 유칼립투스 보리를 토분으로 옮겨주려고 한다.
집에는 토요일에 요리해서 냉장해놓은 카레가 있고, 일요일에 샐러드파스타를 해먹고 남은 야채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