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주말과 동물의 숲


    주말에 하리라고 생각한 일
  1. <완전히 새로운 공룡의 역사> 다 읽기
  2. <고요함 동물> 펼치기
  3. <작은 출판사 차리는 법> 다 읽기
  4. 습지보행 글쓰기
  5. 겨울옷과 봄옷 정리
  6. 당근마켓에 쓰지 않는 물건들 내놓기
  7. 일기 쓰기
  8. 알라딘에 책 팔기

금요일 새벽 잠에서 깨서 뒤척이며 당근마켓에 들어갔는데 모여라 동물의 숲 미개봉 게임 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저스트댄스 2020 칩을 가진 사람과 교환을 원한다는 글을 발견했다. 나에게는 닌텐도 스위치가 없지만 돌고래에게는 있고, 또 내가 돌고래에게 지난번에 저스트댄스2020을 선물해준 적이 있었는데, 우리는 한동안 저스트댄스를 재밌게 하다가 시들해진 이후로는 그 게임을 한 적이 없어서 돌고래에게 이 소식을 알려주었다. 돌고래는 빠른 속도로 연락하여 그와 교환 거래를 성사시켰고.... 우리에게 '모여라 동물의 숲'이 생겼다! (기존에 내가 하던 것은 돌고래가 준 닌텐도3ds(구기계)로 하던 '튀어나와요 동물의 숲'이었다.) 토요일인 오늘 모여라 동물의 숲을 해봤는데 무척 재밌었다. 돌고래에게 닌텐도 스위치를 자주 빌리거나 하여 종종 플레이해야지.

평일에 너무 울적한 일이 있어서 금요일부터 지금까지 마음 한편이 무척 무겁다. 그것은 한 동료의 일이다. 그 동료는 1년 계약직으로 들어왔는데, 이번 4월 말이 계약이 만료되는 날이다. 그런데 상급자들로부터 도통 아무런 말이 없어서, 역시 계약직이었던 다른 동료 한 명도 그랬듯 아무래도 자동으로 계약이 연장되겠거니 그 당사자 동료를 비롯한 나머지 모두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계약이 끝나는 날이 다가오는데도 아무 말이 없는 것이 찝찝했던 동료가 편집장에게 그 여부를 물어보자 그 여자는 급히 그날 점심에 갑자기 식사를 하자고 하더니 면담(사실상 면접. 내년에 기획 몇 종 할 수 있는데? 몇 종? 몇 종? 10종? 아니 그러니까 숫자로 몇 종?)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식사 도중에 적극적이지 않아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둥 다른 직원은 어땠다는 둥 앞으로 편집보조 직무(그 동료의 직무다)는 뽑지 않으려고 한다는 둥... 동료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무척 한 후에 다음주 중으로 계약 여부를 알려주겠다고 하고 휙 끝내버렸다고 했다. 동료는 밥을 한 입도 못 먹었다고 했다.

그리고 금요일이었던 어제가 바로 그 '다음주'의 마지막 날이었는데 그날도 어김없이 그 여자는 아무 말도 없이 퇴근을 해버렸다. 초조했던 동료가 남아있던 대표(그 여자 남편)에게 가서 다시 한번 물어보자, 그 남자는 '000(아내이름)가 적극적인 사람을 좋아해'라고 하며 '왜 그러게 그 면담 날에 제대로 말하지 못했냐'며, '네가 순진해서 그렇다'는 둥의 말을 지껄였다고 한다.

그들에 대한 기대 같은 건 전혀 없었지만 어떻게 사람의 목줄을 그렇게 쉽게 끊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이제 4월은 영업일 기준으로 8일이 남았는데 8일만에 모든 걸 정리하고 나가라는 건지...

목요일, 퇴근 후 지난주 퇴사한 다른 동료와 뒤늦은 송별회 자리를 가졌다. 화요일날에는 동료들과 원반을 던졌다. 어떻게 해야 하지, 무슨 일을 할 수 있지...

퇴사한 동료와 같이 목요일날 술을 마시고 헤어진 후 내게 그 동료가 메시지를 보내와서 사실 회사 다니는 동안 내게 많이 의지하고 배우려 했다고, 상사들 보면서 좋은 편집자가 정말 없는 건가 하고 좌절하려 했을 때 나를 보면서 기운을 얻었다고, 나에게 멋진 편집자라고 말을 해주었는데 그 말을 듣고 너무 마음이 힘들었다.

그 동료에게 그 남자는 집에 가서 자기 아내와 얘기를 한 후 카톡으로라도 계약 여부를 알려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어떤 쪽의 대답이든 토 나올 것 같은 말이겠지. 근데 좋지 않은 쪽의 결론이 날 것 같다. 동료들이 떠나는 게 힘들다.




침대속으로